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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목) ㅣ
[매일 칼럼] 무덤 속 박정희를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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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04:55:12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1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의 고별 연설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의 퇴장을 아쉬워하며 ‘4년 더’(4 more years)를 연호하는 청중을 향해 오바마는 연신 ‘노’(no`안된다)를 되뇌어야 했다. 8년 전 당선 연설에서 다섯 차례나 ‘예스 위 캔’(우리는 할 수 있다)을 연발하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더니 그의 마지막 연설, 마지막 문장은 ‘예스 위 디드’(해냈다)였다.

말뿐 아니다. 재임기간 오바마는 화려한 경제 성적표를 틀어쥐었다. 취임한 2009년 7.8%에 달하던 실업률은 2016년 4.7%로 떨어졌다. 임기 동안 1천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2.8%에서 3.5%로 도약했다. 퇴임하는 대통령은 ‘예스 위 디드’를 외칠만했고, 국민들은 ‘4년 더’로 화답할만했다.

우리에게도 인기 있는 대통령이 있었다. 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딸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부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딸은 역대 가장 무능한 대통령으로 내몰리며 역대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아버지 박정희는 2015년 광복절 기념으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 설문조사에서 44%의 선택으로 1위였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05년부터 5년마다 실시하는 ‘한국인의 정체성’ 여론조사에서도 1~3차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독재자였다는 비난에도 국민들이 꾸준히 박정희를 첫손에 꼽은 까닭은 경제 때문이다. 가난에 찌든 나라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나라로 바꿔놓은 것에 대한 향수다. 박정희 재임 18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93달러서 1천676달러로 18배 늘었다. 1965~1980년 사이 한국의 연평균 GDP 증가율은 9.5%에 이른다. 필리핀이나 짐바브웨 같은 우리보다 3~4배 잘살던 나라들이 비교할 수도 없게 됐다. 쑥쑥 크는 경제는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부머들을 경제 현장으로 빨아들였고 이들을 다시 성장의 주역으로 이끌었다. 당시는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헬 조선’이 아닌 ‘캔두이즘’(할 수 있다 정신)으로 무장한 경제 역동성이 넘치는 나라였다.

성과가 그냥 주어질 리 없다. 그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부지런한 대통령이었다. 1964년에서 1979년 10`26까지 면담일지를 보면 그는 5천656일간 모두 3만9천318차례 회의에 참석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을 누볐다. 표가 있는 현장이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 공장, 댐 등 산업 현장이었다. 매년 연두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그해의 경제 목표를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이를 관철했다.

딸은 그러지 않았다. 대선 때 ‘474’를 내놓았지만 어느 것 하나 근처에도 가본 바 없다. ‘474’는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개인소득 4만달러 달성이란 목표다. 올해 성장률은 3년째 2%대로 세계 평균 성장률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국민소득 목표치 4만달러는커녕 3만달러 문턱도 넘지 못했다.

경제 성장은 일자리를 견인한다. 성장률이 1% 오르면 우리나라에서 대략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런데 성장률이 2%대로 곤두박질쳤으니 옳은 일자리는 언감생심이다.

국민들이 ‘4년 더’를 외친 오바마나 역대 대통령 평가 1위를 지켜온 박정희, 탄핵 위기의 박근혜 대통령은 대권주자들에게 모두가 반면교사다. 대권을 꿈꾼다면 반드시 곱씹어 보아야 할 의미 있는 대통령들이다.

대선 정국은 무르익는데 경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에서 어떤 혜안도 찾을 수 없다. 물론 21세기 들어 국내외 경제 상황은 박정희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 그렇다고 이를 변명 삼으란 말이 아니다. 오히려 박정희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해 그를 넘어서라는 이야기다. 청년 일자리가 없다고 공무원 머릿수나 늘려 해결하자고 하는 그런 경제정책으로는 죽은 박정희를 이길 수 없다. 곳간을 키워 국민을 먹여 살릴 궁리를 해야지, 기존 곳간을 헐어 국민을 먹이겠다고 현혹하면 언젠가는 곳간만 비운다.

정창룡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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