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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곤지암’으로 본 호러영화 성공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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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3 00:05:41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시청각 자극×리얼한 직캠=공포2
 
현장속으로 카메라 들고가…가짜 다큐 표방 ‘모큐멘터리’

촬영자 실종 후 발견 영상 ‘파운드 푸티지’ 스릴 극대화

공포를 소재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도 역시 쉽지가 않다. 시각적 자극으로 공포 심리를 자극하기엔 대중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상승했고 청각을 건드리는 것도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거슬린다’고 느낄 수 있어 조심스럽다. 적절한 시각 효과에 사운드를 곁들이고 무엇보다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관객의 정서를 건드리는 게 중요한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최근의 공포영화 중에는 현장감을 중시하는 다큐멘터리 방식의 촬영 기법을 사용해 관객이 극 중 공간에 함께 있는 듯 불안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케이스가 많다. 지금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는 ‘곤지암’ 역시 이와 같은 기법을 사용한 영화다.

◆‘곤지암’, 저예산으로 제작해 홈런

정범식 감독이 연출한 공포영화 ‘곤지암’은 지난달 28일 개봉돼 2주 차 주말을 넘기며 225만 관객을 모았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가 11억원에 못 미치는 저예산 영화다. 배급과 마케팅 전반에 들어가는 P&A 비용까지 포함해도 총제작 비용이 22억원에서 24억원 상당에 불과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평균적으로 충무로 상업영화 한 편에 들어가는 제작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당연히 손익분기점 역시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 영화라면 대략 70만 관객을 모을 경우 흥행 가도로 진입할 수 있다. ‘곤지암’은 이미 첫 주말을 넘어서기 전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며, 총관객 수 315만 명을 모은 ‘장화, 홍련’의 뒤를 이어 한국 공포영화 흥행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1위 자리까지 올라갈 확률이 크다.

영화는 폐정신병원 곤지암을 찾아간 이들의 공포 체험기를 다룬다. 곤지암을 찾아갔다가 실종된 청소년들의 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인터넷방송 BJ를 비롯한 몇 명의 친구들이 이 소재로 네티즌들에 어필하려 촬영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떠난다.

이 영화는 실제로 공포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곤지암 정신병원(1996년께 폐원한 병원으로 산속에 자리한데다 오랫동안 폐건물 상태로 방치돼 국내 대표적인 흉가로 알려진 장소)을 극 중 장소로 채택했으며, 카메라를 들고 그곳으로 들어간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극 중 상황이 자아내는 공포를 리얼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장에서 별도의 메인 카메라 없이 등장인물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도록 했다. 마치 인터넷 생방송을 하듯 리얼한 느낌을 살리기 위함이었으며 각종 핸드헬드 촬영 장비가 20대 가까이 쓰였고 그중 360도 촬영까지 동원돼 흥미를 자아냈다. 360도 촬영은 장점에 비해 쓰임새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던 기술인데 이 영화에서는 공포현장 체험을 떠난 인물들의 상황에 적합하게 사용돼 눈길을 끌었다.

메인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컷 한 컷 다듬어진 영상을 찍어내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영상의 90% 정도는 흔들리고 불안한 상태 그대로 전달된다. 그리고 이런 촬영과 편집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 중 인물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데 꽤나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블레어 위치’의 흥행 공식 반영

가공되지 않은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기에 미술이나 조명에 돈을 들일 이유도 없다. 카메라도 흔한 액션 캠이나 고프로 등을 사용해 메이저급 영화 촬영에 쓰이는 비싼 장비를 들여올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스태프들의 수도 최 소화할 수 있었고, 스타 캐스팅을 하지 않았으므로 출연료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 대신 아이디어를 살려낼 수 있는 연출력에 의존해 감독 하나 믿고 최종 결과물을 뽑아냈다.

‘곤지암’의 제작 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상과 같이 간단히 정리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 방식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1999년에 발표돼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블레어 위치’를 통해 널리 알려진 기법이다. 물론 ‘블레어 위치’가 해당 기법을 사용한 최초의 영화는 아니지만 이 작품이 영화계 트렌드를 이끈 선구자였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블레어 위치’는 달랑 6만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2억4천800만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둬들인 히트작이다. 영화는 마녀의 전설을 취재하겠다고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은 세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캠코더로 그들의 여행 과정을 찍은 영상을 발견해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는 형식을 택했다.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며 즐거워하는 청년들, 그러다가 갈등하고 다투고, 또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동안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을 찍어둔 것처럼 리얼하게 묘사돼 화제가 됐다. ‘가짜 다큐’를 표방하는 모큐멘터리와 ‘촬영자 실종 후 발견된 영상’이란 설정의 파운드 푸티지의 개념을 영리하게 활용해 이 기법이 공포 심리 자극에 적절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작품이다.

‘블레어 위치’의 성공 이후 세계적으로 모큐멘터리와 파운드 푸티지를 차용한 공포-스릴러영화 제작 붐이 일어났으며, 2007년에 공개된 스페인 영화 ‘R.E.C’(2007년)와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의 히트작이 차례로 나오면서 이 기법과 공포물의 흥행 연관성이 입증됐다. ‘R.E.C’는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한 건물 안으로 취재 차 진입한 방송사 리포터와 카메라맨이 외부와 고립돼 죽음을 당하면서 남긴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의 영화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기괴한 심령 현상으로 힘들어하던 가족이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영상 촬영을 진행했으며, 이 영상을 관객에게 공개한다는 식으로 내러티브를 풀어낸다. 두 작품 모두 극 중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 심리를 적절하게 잘 살려내 공포영화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굳이 공포 장르가 아니더라도 모큐멘터리와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사용한 예가 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2012년 작 ‘크로니클’이다. 우연한 계기로 초능력을 가지게 된 10대 남학생들이 갑자기 가진 힘으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생긴 힘을 테스트하며 신기해하고 또 그 힘을 컨트롤하지 못해 사고를 당하게 되는 과정 등이 실제로 그들이 캠코더를 들고 찍은 영상처럼 잘 묘사돼 흥미를 자아냈다.

이와 같은 기법을 사용할 경우 이 영화가 마치 실화인 듯 알리는 마케팅을 할 때도 있다. 2011년 작 ‘그레이브 인카운터’ 역시 극의 시작 단계에 인물이 ‘이 영상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2003년에 제작된 국내 저예산 모큐멘터리 ‘목두기 비디오’는 ‘귀신이 찍힌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홍보했다. 모텔에서 찍힌 야한 영상인데, 귀신이 보인다고 강조하며 그 실체에 대한 사실 여부 공방을 불러일으켰다. 영상의 후반부에 ‘목두기 비디오’라고 타이틀을 올렸는데도 그 외 어떤 설명도 없어 ‘실제 귀신 영상’이란 말이 돌았고 영화 자체도 크게 화제가 됐다.

정달해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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