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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10만 시간의 지혜] (22)김영식 사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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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5 00:05:17 크게보기 작게보기 프린트 이메일 보내기 목록
도자기는 늘 미완성, 불 땔 때마다 달라
 
김영식 사기장이 자신이 만든 생활자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문화재 작품 비싸다? 편견 없애고 싶어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넘어가는 길목인 문경 하늘재를 얼마 앞두지 않은 조선요(朝鮮窯). 조선시대 도자기 기술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조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곳은 김영식(50) 사기장이 도자기를 빚는 곳이다. 올해 7월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사기장 보유자가 된 그는 속칭 도예가 집안의 ‘금수저’였다.

“이 길로 들어설 거라는 생각은 크게 안 했었다. 군 제대 후 도시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도예는 생활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점토로 인형을 만들며 놀았다. 어렸을 때 산골에는 놀이기구가 없었다. 가마터가 놀이터였다. 산골 환경이 지겨웠다. 놀면서 본 게 도예 수련이란 건 나중에야 알았다. 대학에서나 배우는 도예과 실기를 어린 시절 놀면서 익힌 셈이다. 그러다 덜컥 부친(김천만)이 돌아가셨다. 1989년이었다. 부친의 작고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부친은 내가 가업을 잇길 바라셨다. ‘이 길이 팔자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막상 하고 보니 기초를 다지는 데 20년 넘게 걸렸다.”

이른바 영재교육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알아보는 눈이 꽤 있지 않았을까. 일본이 칭송해 마지 않는 ‘이도다완’(井戶茶碗)이라는 당대 히트작이 있었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30대 때 일본에서 오라는 제의를 한 적이 있다. 찻사발을 공부하고 만들어볼 생각이 없느냐는 거였다. 돈도 꽤 벌 수 있겠다 싶은 유혹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조상의 은덕이다. 가업이 아니었다면 일본에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업을 잇는다는 긍지를 늘 갖고 있다. 막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된 지금부터가 그래서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 예술의 전성기는 50~60세라고 한다. 그런데 도자기는 늘 미완성이다. 불 땔 때마다 결과물이 다르다. 온도계도 없다. 불 색깔을 보고 결정한다.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갈 길이 멀다.”

전승 의무감에 사로잡혀 현재와의 소통에 소홀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도자기를 빚으며 깨달은 인생의 조언도 함께 부탁했다.

“옛날 기법으로 생활자기를 만들어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의무다. 작품은 작품대로 만들어 나가면서 시대에 맞는 게 뭔지 찾아나가야 한다. 시대에 맞는 게 뭔지 알아채고 변화하는 것도 도예가의 의무다. 무형문화재가 만든 건 비싸다는 편견을 없애고 싶다. 20년 넘게 노력과 집념이 있었고 때가 되니 무르익었다. 그리고 무형문화재라는 새 궤도에 올랐다. 평생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게 그것이다. 하늘의 뜻, 즉 때를 기다리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거다. 조바심을 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게 10만 시간의 지혜다.”

글 사진 김태진 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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